요즘 취업 커뮤니티나 대학생들 얘기 들어보면 경영학과가 예전만큼의 위상은 아니라는 말이 종종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로스쿨을 준비하는 최상위권 경영학과(부)가 아닌 경우 경쟁율도 많이 낮아지고 입결도 떨어졌습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상경계열 중 무조건 경영학과가 '취업 깡패' 소리 들었는데 말이죠. 저도 대입할 때 경영학과가 애매한 공대 보다 입결이 높았고 문과에서는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경영학과가 최고였던 이유는 회사 어디에도 배치해도 될 정도로 다목적이었기 대문입니다.
회계, 재무, 인사, 마케팅, 생산관리, 영업 등등... 회사 운영에 필요걸 배워서, 어느 부서에 갖다 놔도 기본은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취업이 잘되고 -> 입결도 높아지고 -> 인서울 경영학과는 머리도 좋다는 인식도 있었죠.
기업 입장에서는 뛰어난 인재라고 판단하고 경영이 어려워 많은 인원이 필요하진 않더라도 소수를 뽑을 땐 경영학과 출신 신입사원을 뽑아서 경영지원팀에 보내든, 영업팀에 보내든 유연하게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범용성이라는 장점이 오히려 애매한 포지션이 되어버렸죠.
컴퓨터(IT)가 너무 많은 일을 대신해줘요. 예전에는 경영학과 나와서 회계팀, 인사팀 가는 게 정석 코스 중 하나였는데, 요즘은 ERP 같은 프로그램 하나 돌리면 웬만한 데이터는 알아서 착착 정리됩니다.
사람 손이 덜 필요해진 거죠. 예전엔 전문 기술이었던 게 이젠 기본 상식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회사는 이제 제대로 된 전문가를 원하죠.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직무가 엄청나게 세분화됐어요.
생산 관리? 이걸 이제 경영학과에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산업공학이나 엔지니어링 전공한 사람들이 데이터를 뜯어보고 공정을 최적화하는 시대예요.
복잡한 설비를 배치하고, 프로그램을 짜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경영학과에서 배운 얕은 지식으로는 명함도 내미기 힘들죠.
마케팅? 예전처럼 발로 뛰는 영업만 있는 게 아니라, 데이터 보고 광고 효율 뽑아내는 '퍼포먼스 마케팅'이 대세입니다. 이건 통계학이나 데이터 분석 쪽 전공자들이 훨씬 유리한 시대입니다. 오히려 통계학을 전공하고 마케팅 관련 자격증이 있는 친구를 훨씬 선호합니다.
영업? 반도체 회사에서 영업사원을 뽑는데, 경영학 전공자랑 반도체에 대해 빠삭한 공대생 중에 누굴 뽑을까요? 당연히 후자겠죠. 사실 신입을 뽑는다기보다 엔지니어를 뽑아서, 좀 애매하면 기술 영업으로 재배치합니다. 그러다보니까 하이닉스 같은 경우 신입사원에 문과생을 한명도 안뽑은... ㅠㅠ
전체적으로 경영학과는 '넓고 얕게' 배우는데 그런 것의 한계가 드러난거죠. 그래서 아무리 인서울 경영학과를 나와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기 힘들어지면서 입결도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법대가 없어진 로스쿨의 경우 로스쿨 입시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경영학과의 가장 큰 장점이던 '범용성'이 지금은 발목을 잡는 겁니다.
"이것저것 다 배우긴 하는데, 그래서 너의 전문 분야가 뭔데?" 라고 물으면 딱 부러지게 답하기가 애매해진 거예요.
요즘 채용 시장은 "저는 뭐든 할 수 있습니다!"라는 사람보다 "저는 '이것' 하나는 끝내주게 잘합니다!"라는 사람을 훨씬 선호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