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네 가지 관점이 지금까지의 연구·실험에서 가장 자주 확인된 “객관적 근거”입니다.

1)

진화 · 생태적 관점 ― ‘꽃 = 자원 신호’ 가설

우리 조상이 사바나에서 살던 시절, 꽃은 열매·씨앗이 곧 생길 ‘풍요의 예고편’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꽃을 눈여겨본 집단이 식량 확보에 유리했을 것이고, 그 선호가 현대인의 심리에 남았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꽃은 계절·환경 변화를 알리는 단서이기 때문에, “좋은 일이 곧 온다”는 긍정적 정서와 연결되기 쉽습니다.

다만 최근 대규모 설문-실험(체코 참가자 3,500여 명)에서는 “열매보다 꽃을 더 예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확인돼, 단순한 식량 신호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2)

신경과학 · 심리학 관점 ― 뇌의 ‘보상 회로’가 반응

fMRI 연구에서 무엇이든 ‘아름답다’고 느낄 때는 뇌의 내측-안쪽 전전두피질(medial orbitofrontal cortex)이 활성화되고, 도파민·세로토닌 분비가 뒤따릅니다. 꽃이나 예술 작품, 음악, 수학 공식까지 동일 부위가 켜지죠.

2005년 Rutgers-Haviland-Jones 팀의 고전적 실험에선 꽃다발을 받은 사람은 즉시 ‘듀센 미소(진짜 웃음)’를 지었고, 3일 뒤에도 기분·사회적 활력이 높게 유지됐습니다.

미국 Florist협회 후속 연구도 “꽃이 있는 공간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상승한다”는 결과를 반복 확인했습니다.

3)

지각·형태적 관점 ― ‘보기 쉬운 패턴’에 대한 처리 유창성

꽃의 방사 대칭(5 - 6 - 8각), 원형, 반복 무늬는 인간 시각 시스템이 가장 빠르고 부드럽게 처리할 수 있는 형태 중 하나입니다. ‘처리 유창성(Processing Fluency) 이론’에 따르면 쉽게 처리되는 자극은 뇌에서 곧장 긍정적 정서로 번역됩니다.

또 많은 꽃은 중간 정도 복잡도의 프랙탈(1/f) 패턴을 띠는데, 사람들은 낮거나 높은 복잡도보다 이 범위를 ‘심미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꽃 자체가 색상 대비·채도가 높아 시야에서 돋보이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인간의 ‘주목 메커니즘’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예쁘다→즐겁다”로 이어집니다

4)

생물-문화적 관점 ― ‘바이오필리아(생명 애호)’와 사회적 학습

E.​O. Wilson이 제안한 바이오필리아 가설은 “인간은 생명체·녹색 환경과 본능적 유대감을 갖는다”고 설명합니다. ‌자연 장면·식물·꽃을 볼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고, 정서적 안정이 증가한다는 메타분석도 있습니다.

여기에 언어·의례·선물 문화가 수천 년간 꽃의 긍정적 이미지를 강화했습니다. 유년기에 “꽃 = 축하·애정 표현”이라는 경험을 반복하며 학습하고, 그 학습이 뇌의 보상 회로를 더 예민하게 만듭니다.

결론...

꽃을 예쁘게 느끼는 이유는 단일 원인이 아니라,

(1) 생존에 유리했던 옛 자원 신호,

(2) 뇌 보상 회로의 쾌감,

(3) 시각 시스템이 선호하는 대칭·색·프랙탈 패턴,

(4) 자연에 끌리는 본능과 문화적 학습

가 겹겹이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과학적 설명입니다.